- 왜 ‘용어’를 주목해야 하는가?
임상시험의 세계에서 용어는 단순한 단어의 차원이 아닙니다. 그것은 규제 당국의 시각과 산업의 방향성을 드러내는 중요한 ‘신호’입니다. 이번 ICH E6(R3)의 주요 변화는 현재 임상시험 업계의 전환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R2에서는 절차와 문서 중심의 규정이 강조됐다면, R3는 목적과 설계 기반, 그리고 데이터 흐름에 대한 통제와 투명성으로 초점이 옮겨지고 있습니다.
- E6(R2)와 (R3) 용어 비교: 무엇이 바뀌었는가? [ICH E6 GCP (R2) vs (R3) 용어 비교표]
Section | R2 | R3 |
All | (언급되지 않음) | Fit for Purpose / Fitness for Purpose |
(언급되지 않음) | Quality by Design | |
Risk – 37회 언급 | Risk – 89회 언급 | |
Technology – 1회 언급 | Technology – 11회 언급 (PRINCIPLES OF ICH GCP 에서만 8회) | |
(언급되지 않음) | Data Life Cycle | |
Glossary | Subject | Trial Participant |
CRO (Contract Research Organization) | Service Provider | |
Documents (Essential Documents, Source Documents/Data) |
Records (Essential Records, Source Record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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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 정의 없음) |
Data Integrity Data integrity includes the degree to which data fulfil key criteria of being attributable, legible, contemporaneous, original, accurate, complete, secure and reliable such that data are fit for purpos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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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급되지 않음) | Data Acquisition Tool | |
(언급되지 않음) | Metadata | |
Institution (medical) : Any public or private entity or agency or medical or dental facility where clinical trials are conducted. |
Investigator Site : The location(s) where trial-related activities are conducted and/or coordinated under the investigator’s/institution’s oversigh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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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기 외 R2 Glossary에서 삭제된 용어: Approval (in Relation to IRBs) Contract Coordinating Committee Documentation Opinion (in Relation to IEC) Original Medical Record |
상기 외 R3 Glossary에서 추가된 용어: Agreement Assent Reference Safety Information Signature Suspected Unexpected Serious Adverse Reactions (SUSAR) |
- 용어의 변화, 사고방식의 변화
– Fit for purpose / Fitness for purpose
가장 근본적인 변화는 ‘적합성’에 대한 기준입니다.
E6(R2)는 규정된 기준을 준수하는 것에 초점을 뒀다면, R3는 그 기준이 “시험의 목적에 부합하는가?”를 묻습니다.
즉, 형식적인 충족보다 맥락에 맞는 설계를 중요하게 보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 변화는 “이 시스템이 Validation 됐느냐”보다 “이 시스템의 설계는 이 시험의 목적에 부합하는가?”에 더 많은 설명을 요구합니다.
– Quality by Design & Risk-based Thinking
기존에는 GMP에서 쓰이던 ‘설계 기반 품질고도화(QbD, Quality by Design)’ 개념이, R3에서는 GCP에서도 본격적으로 적용됩니다.
더 이상 품질은 모니터링이나 검토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험이 설계되는 시점에서부터 품질을 내재화되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R3에서는 ‘Risk’라는 단어가 무려 89회 등장합니다.
이는 R2에서 37회 언급된 것과 비교하면 두 배를 넘어서는 빈도로, Risk 기반 사고가 임상시험 운영의 핵심 축으로 떠올랐음을 의미합니다.
이런 변화는 실제로 프로토콜 설계, 시험대상자 모집, 데이터 수집 방법, 시스템 선정까지
초기부터 리스크를 예측하고 줄이는 방식으로 임상시험의 품질을 바라보도록 합니다.
– Technology
기술(Technology)은 가능성이 아니라 환경이 되었습니다.
R2에서는 기술이 단 1회. ‘ 가능성을 여는 요소’ 정도의 의미에 머물렀다면, R3에서는 임상시험의 설계, 운영, 감독 전반에서 통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시스템 구성 요소로 자리 잡았습니다.
전자동의, 원격 모니터링, ePRO, 웨어러블 기기 등 기술은 단순한 편의성의 영역을 넘어, 품질과 무결성을 좌우하는 구조적 기반이 된 셈입니다.
그래서 이제는 단순히 ‘기술을 쓴다’는 말로는 부족합니다.
시스템이 정말 이 시험에 맞는지, 누가 무엇을 볼 수 있고 바꿀 수 있는지, 그리고 그 흐름이 나중에도 추적 가능한지까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 존재보다 역할, 기능과 책임으로
E6(R3)는 더 이상 ‘존재 여부’ 보다는 어떤 기능이 실제로 수행되고 있으며, 누가 어떤 책임을 지고 있는지에 대해 강조합니다.
- CRO → SP (Service Provider): 단순 외주가 아닌, 시험의 일부 책임 주체로 간주되며, 그 영역이 확대되었음
- Subject → Participant: 시험 대상이 아닌, 정보제공자이자 기여 주체로서 권리 보장 강조
- Institution(medical) 1) → Investigator Site 2): 실시기관을 물리적 장소, 수동적 개념이 아닌, 시험 운영과 감독의 수행 단위로
1) Any public or private entity or agency or medical or dental facility where clinical trials are conducted.
(임상시험이 수행되는 모든 공공 또는 민간 기관, 의료기관 또는 치과 시설)
2) The location(s) where trial-related activities are conducted and/or coordinated under the investigator’s/institution’s oversight.
(연구자/기관의 감독 하에 임상시험 관련 활동이 수행 및/또는 조정되는 곳)
- (Essential/Source) ‘Document → Record’: 기존의 정적 문서보관 중심에서, 동적 데이터 흐름 전체를 포함하는 ‘기록’ 관리 체계로 확장
– 데이터는 더 이상 단순 결과물이 아니다
R3에서는 Data Integrity, Metadata, Data Acquisition Tool이라는 용어가 Glossay에 공식적으로 등장하며, ‘데이터 자체’가 ‘문서’처럼 관리·감독의 대상으로 간주됩니다.
- Data Integrity: 데이터가 어떻게 수집되고, 누구에 의해 수정됐으며, 어떤 맥락에서 해석돼야 하는지 (ALOCA++)부터 보안, 신뢰, 적합성 (Fit for purpose) 까지 포함
- Data Life Cycle: 데이터를 수집하고 보관하는 행위에 머무르지 않고, 데이터가 생성되고 사용되고 폐기되기까지의 전 과정이 Data Integrity에 중요시 됨
- Data Acquisition Tool: 데이터 생성 주체와 수집 경로가 다양해진 현재의 임상시험 현실을 반영하기 위함. 정의 상 Data originator(데이터 생성자)는 대상자, 연구자, 기기 (웨어러블, 센서, EMR, 임상실험실시스템 등)까지 모두 언급되며, 수집 도구(DAT)로도 관련 매체를 모두 포함시킴. 또한 DAT에는 단순 데이터 뿐만 아니라, metadata까지 수집되어야 함.
- Metadata 3): 각 데이터에 대한 맥락(속성) 정보이며, R3는 이를 데이터 평가와 시험 수행 적절성 판단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로 간주함
3) 정의: 데이터를 설명, 해석하거나 검색·사용·관리하기 쉽게 만드는 구조화된 정보. 본 지침의 목적 상 관련 메타데이터는 임상시험 수행의 적절성을 평가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의미함
- Compliance를 넘어: 사고방식의 전환으로
이번 개정은 임상시험에 대한 규제의 기대, 운영 방식, 품질 관리 사고방식 자체를 재구성하려는 시도로 보입니다.
이는 R2 개정 시처럼 단순히 기존 규정에 ‘일을 더 얹는 것’이 아니라,
임상시험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기본 사고방식을 새롭게 정비하라는 요구입니다.
- 기준 준수(compliance) 중심 사고에서 → 목적 적합성(fit for purpose) 중심 사고로
- 과정 중심 운영에서 → 리스크 중심 설계로
- 문서와 기록의 존재 여부 확인에서 → 데이터 생성 및 관리 과정의 품질 관리로
- 고정된 역할(label) 중심에서 → 실질적 기능과 책임으로
- 일회성 검증/검토에서 → 지속적 적합성 유지로
결국, R3는 시험의 모든 요소에 대해
“이것은 왜 필요한가?”,
“이 설계는 왜 이 방식이어야 하는가?”,
“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했는가?”,
“이 데이터는 어떻게 무결성을 유지했는가? 어떻게 정당화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게 만듭니다.
이것이 E6(R3)의 바뀐 용어 속에 담긴 새로운 사고의 패턴을 읽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심유는 이러한 변화의 본질을 읽고,
ICH E6(R3)의 방향성과 조화를 이루는 운영 체계를 갖추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자 합니다.
Fit for Purpose, Risk-based Thinking, Data Integrity 등의 강조된 핵심 개념들이 단순 지침에 머물지 않고,
실제 업무 프로세스와 문화가 되도록 단계적으로 추진할 예정입니다.
이제 우리는 규정 준수(Compliance)만으로는 부족한 시대에 있습니다.
규제가 묻는 질문은 달라졌고,
이제 우리가 답하는 방식도 달라져야 합니다.
새로운 사고방식의 시대, 심유는 그 변화에 실질적으로 응답하는 파트너가 되겠습니다.
조유나 | QA&Training